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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0 18:00 뮤지컬 <사의 찬미> 첫 관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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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0 18:00 뮤지컬 <사의 찬미> 첫 관극

파란해파리 2022. 7. 22. 20:38

 

트위터 공식계정 이미지

 

 

아삭님이랑 사의 찬미 자첫...

트위터에서 꽤 핫하길래 얼마나 재밌으면~ 얼마나 감성 오지면~ 하고 예매.

장지후 배우님의 사내가 진국이라고 하길래 혹해서 캐스팅보드 훑었다.

 

 

캐스팅

  • 김우진 : 진태화
  • 윤심덕 : 이지수
  • 사내 : 장지후

 

 

 

오지 않는 삭님을 기다리며...

처음 가봐서 도장판이 뭐야?? 하고 있다가 결국 MD부스 직원분께 여쭤봤는데

5번 모으면 폴라로이드, 7번 모으면 ost CD를 준단다.

적어도 얼마냐... 30만원은 써야 얻을 수 있는 고-급 씨디인 것이다.

 

배우님들 잘 모르지만 왠지 이지수 배우님이 예쁘시길래 냅다 도장으로 찍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신 삭님과 함께 관극 시작!

 

 

 

하지만 나는.

간과한 게 있었다.

내 건강 상태.

 

 

갈 때까진 머리만 좀 아팠는데 도착하니 온몸이 미칠듯이 아팠다.

시작하기 직전에 삭님께 표만 드리고 (내가 예매했기 때문에) 튈까 생각했는데,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머리 내부 압박이 심해지고, 목은 점점 아파지고...

 

당일 저녁에 안 사실이지만 코로나 양성이었다.

입구에 설치된 체온기 하나도 쓸모없다.

 

혹시 몰라서 마스크도 94 쓰고 가고, 절대 안 내렸던 게 다행이다.

 

 

그렇게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관극이 시작되었고... 흘러갔고...

... 끝났다.

 

 

 

커튼콜데이라서 커튼콜 촬영이 가능했는데, 이거 한 장밖에 찍지 못했다.

원래였다면 영상도 찍고 스샷도 찍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내 상태론 이거 한 장 찍은 것도 용했다.

끝나고 나와서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게웠기 때문이다.

 

결국 본 건지 안 본 건지,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집에 도착해 키트 양성 뜨고,

다음날 병원 가서 확진 판정 받고.

이틀~사흘 동안 나 죽었소 하고 지냈다.

 

그 뒤에 찬찬히 떠올려보니 극의 내용이나 구성이 생각 나긴 하더라.

그래도 나 꽤 잘 봤나 봄.

 

 

 

 

후기

무대 장치 전혀 없고 (중앙 문 정도?) 조명으로 다 하는 극이었다. 사진 뒤로 보이는 벽 창문도 조명에 따라 너머가 보이고 안 보이고 했던 게 가장 신기했던 기억.

조명은 선명하지 않고 은근하게 뭉개지고 뭉근히 번지는 조명이었는데 극의 음습하고 침침한 분위기랑 잘 맞았다.

 

초반이랑 후반에 담배 피우는 씬이 있는데 배우들이 진짜로 담배를 피운다.

담뱃불이 타오르는 게 너무 잘 보였다.

다만... 거기 환기 안 되잖아요. 지하인데.

간접 흡연 주의라고 쓰여 있었냐고.

안 그래도 평소에도 호흡기/기관지 안 좋은 나는 몸상태까지 겹쳐서

'ㅅㅂ 죽여줘... 그만피워... 그걸 왜 진짜로...'만 수십 번 되뇌었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는 극중에 실제로 담배 피우고 종이 태울 거면 그런 요소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언질이라도 주세요.

사람 건강에 영향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스포일러라고 숨기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간접흡연 너무 나빠요.

대문짝만하게 써주시길.

 

유명한 넘버들은 그래도 눈 감고 다 들었다.

도쿄찬가라던가 날개가 찢긴 한 마리 물새 같은 거. 둘 다 윤심덕 파트네요.

노래가 전체적으로 다 좋은데, 유명한 넘버는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중독성 있고 듣기 너무 좋다. 귀가 간질간질하다.

 

극 전체가 윤심덕 없으면 안 돌아가게 되어 있다.

윤심덕 팜므파탈 같아서 매력적임. 배우님 목소리도 꾀꼬리.

사내가 자꾸 추파 던지는데 가소롭다는 듯이 까르르 웃는 게 맘에 들었다.

 

내용은...

굉장히...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개화기'라고 하는 시대의 감성을 담고 있다.

강점기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1920년대의 분위기.

괜히 넘버에 도쿄'찬가'가 있는 게 아니었다.

 

미묘했다.

심덕은 도쿄를 찬양하고, 사내는 "난 조선인들과는 안 논다"라고도 하는데, 우진은 개혁을 원한다.

진취적인 자유를 외치지만 사내의 고스트라이터로 지내는 우진...

심덕을 창녀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왠진 아직도 잘 모르겠음)

어째선지 사람들을 자꾸 구슬려 죽게 만드는 사내...

모든 게 불명확하고 음험하고 불쾌하다.

의도된 바인가?

 

메시지가 자유 쟁취 같으면서도 로맨스에 핀이 박혀있다.

로맨스 극... 영화도 로맨스는 절대 안 맞는 나에겐 고역이다.

 

처음부터 심덕이 우진에게 "네가 나를 버렸어"라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버렸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이유도 고작 "사내가 네 곁에 있어서" 한 줄만으로 끝. 이쯤 되면 의도 같다.

노래 하나가 끝나면 바로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그건 대단했다.

물 흐르듯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그러나 중반 넘어가면서부터 계속 나오던 하품이, 감기약 기운 때문인지 극이 지루해서인지 분간이 안 간다.

후자의 이유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극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긴장은 고저가 거의 없이 이어지기만 한다.

지루해.

누군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극중 자막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알려주고 설명에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서 지루했다.

난 로맨스 진짜 안 맞는구나.

 

그래도 여전히 넘버는 좋다. 다 좋다.

 

근데 이걸... 7번이나 보러 간다고?

간접흡연 하면서?

나로선 이해 불가.

 

또 보러 가진 않을 것 같다.

아닌가.

가끔 넘버 듣고 싶으면 갈수도.

간접흡연에 대한 대비책 하나를 마련하고 가야 할 수도 있겠다.

허브 스틱 지참이라든가.

 

아. 대비책이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다.

허리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프다. 끊어지는 줄 알았다.

2시간 반?을 내리 앉아서, 인터미션도 없이 진행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뮤지컬은 마네킹 관극이 예의다.

사람은 움직일 때보다 움직이지 않을 때가 더 힘들다.

2시간 이상을 빳빳하게 가만히 앉아있어봐라. 사람 미친다.

극 끝나자마자 다들 허리 아프다고 울더라.

인터미션이라도 만들어줘라.

 

 

 

 

총평

연기 ★★★★★ 천진난만 팜므파탈 심덕, 미쳐가는 우진, 집착광공 사내. 좋다.

노래 ★★★★★ 너무좋다. 버릴 넘버 하나 없고, 버릴 목소리 하나 없다.

연주 ★★★★ 녹음본이니까. 평균 이상은 한다. 단, 울림은 없다.

딕션 ★★★★★ 소극장에 음향도 적당해서 잘 들린다.

음향 ★★★★☆ 중간중간 음악이 크게 들어간다거나, 듀엣 나오면 아주 살짝 섞이는 부분이 있었다.

조명 ★★★★ 음습하게 스며드는 듯한 조명이 극과 어울린다.

무대 ★★★☆ 별도 장치 없다. 극에는 딱 맞는 미니멀리즘이지만, 약간 심심할 수 있다.

스토리 ★★★ 솔직히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개화기', 감춰진 비밀들, 불명확한 시선들... 헷갈린다.

 

 

로맨스지만... 두 개만 해결되면 다시 보러 갈 것 같다.

1. 간접흡연

2. 허리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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