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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1 18:30 뮤지컬 <서편제> 첫 관극

파란해파리 2022. 9. 13. 02:25

연합뉴스 이미지

 

뮤지컬 서편제의 노래를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살다 보면'이 너무 유명해서 TV 돌리다가 들었던 것 같다.

 

그 다음에 <뮤지컬 스타>에서 유지현 참가자의 '원망'을 들은 게 내가 아는 두 번째 서편제였다.

진짜 잘했다.

너무 잘해서 "이게... 서편제...???" 하고 벙찐 기분이었다.

이거 보고 서편제 보러 가자고 결심했다.

 

뮤지컬 스타를 다시보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뮤지컬 서편제가 한다더라.

 

운명인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

아니, 그래도 5년 만에 돌아온 극이니 운명은 맞는 듯하다. 어떤 의미로든.

https://www.yna.co.kr/view/AKR20220524117300005

 

 

그래서 원작도 찾아봤다.

영화 서편제.

마스터피스로 소문이 자자하기에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고 '나중에 볼 동영상'에 넣어놨던 복원본이다.

https://youtu.be/sdjwD4jW4XY

 

와... 대작은 정말 대작이더라.

판소리만 한다고 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너무 재밌었다.

결말부 가서는 줄줄 울었다.

송화랑 동호랑 소리를 주고 받으면서 그간 묶인 한을 풀어내는, 말 그대로 '한풀이' 해버린 장면에 압도당했다.

 

 

그래서 뮤지컬도 무지무지 기대를 많이 했다.

 

저런 작품!

저런 노래!

심지어 애초부터 노래가 소재인 뮤지컬!!

 

 

친구들 꼬셔서 데려가려 했는데 추석이 끼어 있어서 혼자 갔다.

배니싱 자첫이랑 같은 날이라서 아픈 발 끌고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깨달은 게 있는데, 우리나라의 신체불편자 이동권은 정말 개똥 쓰레기다.)

 

 

 

 

결국 어찌저찌 도착한 BBCH홀.

압구정은 정말 부자들의 동네인가 보다.

여기 주변에 혼자 밥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혜화에서 먹고 왔다.

어떻게 된 게 전부 코스요리래?

 

 

각설하고, 서편제는 어딜 가든 줄이 진짜 길었다.

 

1층에서 엘베 기다리느라 줄 서고,

올라와서 티켓 받느라 줄 서고,

캐스팅보드 찍느라 또 줄 서고,

인터미션 때도 MD부스 구경하려고 줄 섰다.

 

'서편제' 네임밸류 덕분인지 가족 관객들이 많아 우르르르 다니는 인원이 많았다.

발이 불편했던 나는 약간 무서웠다.

그래서 입고 갔던 (생활)한복 만큼 조심조심 움직였다, 라는 tmi.

 

뮤지컬 서편제 포스터는 정말 예쁘게 잘 뽑은 것 같다.

영화 포스터처럼 봄봄하게 잘 뽑았다.

그리고 난 이제 알겠다.

저건 윤일상(감독)이 봄에 꽂혀서 만든 거다.

제발 그만 좀 봄.

 

 

 

캐스팅

  • 송화 : 차지연
  • 동호 : 재윤
  • 유봉 : 서범석
  • 어린 송화 : 성아인
  • 어린 동호 : 차승수

 

너무 많아서 메인캐슷만 적었다.

솔직히 캐스팅보드 보고 놀랐다.

왜... 사람이... 저렇게 많이 필요하지?

 

엑스트라 역으로 나오는 조연 역...

배우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사실 절반으로 줄여도 충분했을 것 같다. 아니, 넘친다.

이건 송화, 유봉, 동호, 어린송화, 어린동호 이렇게 5인극으로 가도 충분했다.

갑자기 동호 어머니는 어디에서 튀어나왔으며...

미니와 찰리는........ 말을 말자.

 

절대 배우님들한테 악감정 있는 거 아니다.

구성이 너무 과하다는 거다. 캐스팅부터.

 

 

인터미션, 손수건 인증. 부채MD가 종이라니...

 

주연 배우 수가 많은 것도 판소리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좀 아이러니하지만...

많은 분들이 활동하시는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객석1층 옆에 세워져 있던 포토존...

한복 입고 간 게 아까워서 다른분께 부탁드렸다.

신발 미스매치라 아까운데 오른발을 제대로 딛을 수도 없는 판국에 스타일은 무슨...

 

 

공연장 내부는 커튼콜 포함, 모든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빈 무대도 찍지 못했다.

특별한 무대장치...

있긴 있었지만 그거 그렇게 숨길 일인가 싶긴 함.

업계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유별나거나 그런 건 없었다.

예뻤던 부분은 6장의 세로형 이동벽 전체에 종이들이 붙여서 나부꼈던 거랑,

배경 원경으로 겹겹이 산 모양 세트 만들어둔 거?

배우들이 그 사이사이로 이동하는 거 보니 지나다닐 수 있게 되어 있는 모양.

한국적이라 좋았다.

 

 

 

이하 감상.

 

 

서편제 영화랑은 스토리가 다르다.

1부에선 좀 다르네... 싶었는데, 아니다.

정말 골자만 빼놓고 원작과 전부 다 다르다.

 

영화에서는 판소리를 어떻게든 부흥시키고자 하는 유봉의 집념, 집착,

그리고 소리를 사랑해 놓지 못하는 기구한 팔자의 송화가 갖게 되는 한으로 우리의 정서를 풀어냈다면,

뮤지컬에서는 동호 이야기로 주 무대가 옮겨졌다.

 

서사 자체가 동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동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쓰인다.

동호 엄마가 괜히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었다.

영화에선 비치지도 않았던 동호 엄마가 뜬금없이 동호가 가진 한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동호와 송화의 관계는 약해지고, 유봉과의 관계과 대화는 필요 이상으로 진해졌다.

영화 속 동호는 아버지(유봉)의 미래 없고 자식 잡아먹는 쇠고집에 불만을 품었지만,

뮤지컬의 동호는 자기 엄마를 죽게 한(???) 판소리를 미워하고, 그래서 유봉을 미워하고, 자기 꿈(양악)을 쫓는다.

근데 동호야 니네 엄마는 너 낳다가 죽은 건데.

 

아무튼 그런 이유로, 동호가 맞게 되는 결말도 달라졌다.

영화 속 동호는 그저 아버지에 대한 한으로 음악을 멀리해서 약장수가 되었지만,

뮤지컬의 동호는 서양 음악으로 잘 돼서 레이블도 세우고 아주 성공한 인생을 산다.

중간에 마약도 좀 해주고.

갑자기 웬 마약이냐고? 나도 그랬다.

갑자기 웬 마약이요?

근데 한다.

어이가 없다.

이유도 없다.

 

윤일상 씨 혹시 동호한테 자기자신을 투영하신 건 아니죠?

왜 자꾸 동호한테 과몰입하시지?

극 보다 보면 자꾸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끝까지 풀리지도 않는 질문이다. 무의미하다.

 

 

송화는 나름 연기 덕분에 좀 더 설득력이 붙었다.

한국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ㅋㅋ "효녀" 바이브가 들어갔으니 이해 못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뮤지컬의 송화는 소리가 좋기도 하지만, 그보다 아버지가 더 좋아 보인다.

잠시 원망을 하기도 하지만 계속 아버지 편을 들면서 떠나보낼 때 그렇게 애간장이 끊어지고 한이 맺히는 걸 보니, 뮤지컬의 송화는 아버지 때문에 남은 게 맞다.

 

아니 왜 자꾸 소리를 지우고 진짜

ㅅㅂ 침착하자

 

 

 

스토리는 그 모양인데 음악은 어떻냐고?

한국 음악을 소재로 했으니, 나는 동양적 색채가 강하겠거니! 차분하겠거니! 했다.

아~ 편하게 듣다 오겠구나.

그런데 웬걸.

홍보할 때 다양한 장르 어쩌고 하더니 진짜 다양한 장르를 넣긴 했다.

근데 또 과하게 넣었다.

 

판소리가 15% 정도고 나머지는 다 서양음악이었던 것 같다.

나는 판소리 극을 보러 가서는 팝송 콘테스트를 보다 온 것이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한국적이고 잔잔할 줄 알았는데, 자꾸 튀어나오는 퓨전 때문에 분위기가 자꾸 발랄해진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살다 보면'이랑 '원망'을 되게 기대했다.

살다보면은 그나마 넘버 앞뒤로 배우님들의 연기가 연극처럼 이어져서 괜찮았다.

어린 송화와 어른 송화, 어린 동호랑 어른 동호가 턴테이블처럼 돌아가는 무대장치 위에서 크로스되는 부분이 멋졌다.

시간을 자연스럽게 교차시킬 때, 혹은 진행시킬 때 계속 무대를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렸는데, 뭐...

노래하는 도중에 돌린 거 빼고는 괜찮았다.

송화가 동호에게 심청가 들려줄 때 돌아가던 것도 음... 왜 돌리지 싶었는데 나쁘진 않았다.

 

근데 원망은... 실망했다.

처음에는 세로벽들 뒤로 송화를 숨겨서 목소리만 들려주고 벽 앞에 유봉만 세워 놓더라.

딸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을 전달하고 싶었나?

하지만 연출 미스다.

이 극의 주인공은 송화고, 송화의 한이 되어야 맞는 거 아닌가.

유봉을 부각시켜서 어쩌자는 건가.

한이 삭기 시작하는 그 절정의 도입부에 주인공과 감정을 감추면......... 뭐지 이게?

게다가 끝부분에는 넘버가 끝나기도 전에 퓨전 음악(시간이 가면)을 들여서 아예 겹쳐놓았더라.

 

나는 원망을 들으며 한을 같이 느끼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내 한을 걷어가버린다.

난 판소리하는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자꾸 나에게 양키를 줘.

판소리 여운 느끼기도 전에, 아니 심지어 끝나기도 전에 자꾸 양키뮤직 섞어서 한을 느낄 새가 없다.

 

나 서양음악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근데 서편제에서는 아니다.

팝, 재즈, 발라드, 하우스... 그래 다 좋다, 좋은데.

왜 자꾸 한을 느끼기도 전에 '스프링 보이즈'니 뭐니 하면서 서양음악을 넣냐고.

제발 노래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면 안 될까?

 

 

내가 위에서 말했다.

이건 감독이 '봄'에 꽂혀서 만든 거라고.

스프링 보이즈가 뭐냐면 동호가 가출해서 들어간 양키뮤직 그룹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송화 얘기 허릿단을 끊어먹고 들어오는데,

서양의 이양선에 침략당한다 했던 조선인들 말뜻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놈의 스프링,

음악은 재즈 하우스밴드 음악을 하면서 동호 뒷배경으론 자꾸 누나가 그립다고 봄꽃잎을 흩날려준다.

중요한 건, 그닥 필요없는 장면이다!

우리는 이미 동호가 송화를 그리워하고 있고, 송화가 동호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안다.

동호는 송화를 이미 찾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스프링 보이즈 얘기로 넘어가서 누나 그리웡 ㅠㅠ 하고 있냐고.

막걸리에 맹물 폭탄 투하된 기분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뜬금없는 현대무용이 들어갔는데...

동호 엄마가 나올 때마다 자꾸 뒤에서 현대무용 추더라. (그것도 약간 퓨전?인 것 같았지만 아무튼.)

사람도 더럽게 많은데 정적인 주연들 바로 옆에서 덩실덩실 떼로 춤추니까 시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

어지럽다.

유봉 죽을 때 이게 아주 피크였는데, 진심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이런 요소들이 자꾸 극을 지루하게 만든다.

우리 판소리 안 지루하다.

자꾸 니네가 "판소리 지루하죠, 지루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짠, 팝입니다! 재즈입니다! 짠, 하우스!! 화려한 무용까지!! 이제 안 지루하죠?!" 하니까 지루해지는 거다.

극의 색채는 삼베 색인데 자꾸 서양 오일파스텔 들고 와서 문댈거야?

 

그만 좀 하자.

이게 뮤지컬인지 구청에서 기획한 우리동네한마당인지 구별이 안 감.

무슨 뜻이냐면,

이것저것 많이 섞었는데 그게 판소리랑 잘 어우러지지도 못했고, 이야기의 갈래도 원작과 너무 달라져버렸다는 거다.

데스노트랑 똑같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엉?? ... 엉???? 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그래도 데스노트는 노래라도 좋았지, 여긴 노래까지 뺏어갔다.

뮤지컬이라서 판소리 없는 건데요? 할 거면 저리 가라.

판소리 안 할 거였으면 서편제를 뮤지컬로 만들면 안 됐다.

 

 

 

 

좋은 부분은 없냐고?

 

그래픽 영상. 물론 예뻤다.

수묵화처럼 퍼져나가는 게 너무 동양화의 정석이라 맘에 듦.

 

세로 벽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인물들이 등장하고 빠지는 것도 좋았다.

마법처럼 벽이 오른쪽으로 샥 움직이면 뒤에서 배우가 샥 나오고

왼쪽으로 샥 움직였다 다시 오른쪽으로 오면 배우가 짜잔!하고 사라지는데, 동선 연습 많이 할 거 같았다.

 

북 치는 것도 좋았다.

'소리 공부' 넘버인가? 다 같이 북 치면서 노래부를 때, 마이크를 일부러 확 낮춰서 북이랑 어우러지게 한 거 좋았다.

자연스러운 그런 소리가 좋았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북에 대한 애정이 식었는지...

판소리 할 때마다 소리 좀 들을라 치면 반주를 높이더라?? 왜???

 

그 '갓 엔딩' 파트에서 동호도 북을 대충 뚝딱뚝딱 치기만 하더라.

그거 고대로 영화 속 유봉에게 가져가면 등짝에 불 나도록 맞을 것 같았다.

고수에게는 고수의 혼이 없고...

그나마 차지연 배우님이 소리까지 잘 하는 괴물이셔서 엔딩이 좀 살았다.

 

 

차지연 배우님은 참으로 네임드가 맞았다.

서범석 배우님도 생각보다 소리 잘 하시더라. 연습 엄청 하신 것 같다.

두 분 다 목소리의 울림부터 다른 게, 송화랑 유봉이 말하기만 하면 갑자기 무대가 변했다.

이런 게 배우구나.

 

어린 송화도 해맑고 다정하게 동생 보살펴주는 연기, 의젓한 누나 연기 너무 잘하더라.

어린 동호도 귀엽고... 소리 안 한다고 엄마 찾을 때, 스토리랑은 별개로 짠했다.

 

재윤 배우님의 동호... 이 극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동호의 모습은 잘 보여준 것 같았다.

SF9인가 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데, 역시 현대음악으로 넘어오니까 실력이 나왔다.

(판소리 못하는 건 연기였는지 실제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보다 이쯤 되면 극 제목을 바꾸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다.

서편제는 무슨 서편제냐. 서편제가 서...하다가 없어졌다.

봄을 찾는 청년, 이런 걸로 했어도 충분히 납득 될 것 같은 뮤지컬이었다.

오히려 납득 잘 될 듯?

 

이상 서편제 보러 갔다가 레이블 세운 동호의 누나 찾아 삼만리를 관극한 관객이었습니다.

 

 

 

 

 

총평

연기 ★★★☆ 주연배우님들 탑티어.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 즐길 수 없음.

노래 ★★ 각각의 노래는 나쁘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다.

연주 ★★★ 북소리 들려줘

딕션 ★★☆ 솔로/듀엣까진 괜찮은데 앙상블 들어가면 듣기를 포기해야 함

음향 ★★★☆ 사운드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선율이 깨끗하게 들리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없었으니까... 

조명 ★★ 다른 극에 그대로 써도 전혀 무리 없을 듯한 무난함. 후반부에 관객 눈에 직접 쏴주는 찬란한 조명이라.

무대 ★★★☆ 세로벽과 턴테이블은 좋았으나 연출 구성 때문에 점수 깎음

스토리 도대체 왜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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