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퐁

2022-09-11 14:00 뮤지컬 <배니싱> 첫 관극 본문

└ 후기

2022-09-11 14:00 뮤지컬 <배니싱> 첫 관극

파란해파리 2022. 9. 13. 00:15

뮤지컬 배니싱 트위터 공식계정 이미지

https://twitter.com/vanishing_neo/status/1552491787817668609?s=20&t=Nx29tVnk5H-AOKhY4RvQPg 

 

 

배니싱 포스터 정말 모던하게 잘 뽑은 것 같다...

사전지식 없이는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도대체 무슨 극이야??' 싶게 만들었는데,

안 좋은 의미로써가 아니라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배니싱은 재작년부터 계속 워너비였는데, 2020년엔 내가 직장이 없었고... 2021년엔 돌아오지를 않아서...

정말 오랫동안 기다린 기분이다.

 

그동안 친구, 동료들에게 배니싱 정말 좋은 극이란 소리를 들어왔기에 기대치는 만땅.

본인이 오타쿠라 주위가 전부 오타쿠 밭이었기에, 결국 '걔네는 사랑을 한다고!' 소리를 들은 거지만.

아무튼 그렇게 인물 관계를 잘 썼다는 얘기로 알아들었다.

 

 

캐스팅

  • 케이 : 노윤
  • 의신 : 유승현
  • 명렬 : 박좌헌

 

사실 다음주에도 배니싱 또 보러 간다.

 

원래 그쪽이 먼저였는데, 인팤후기에 노윤 배우님의 케이가 정말 끝내준다고 해서 예매 대기를 걸어놨었다.

근데 저저번주 쯤?에 그게 덜컥 됐다.

 

이날 저녁에 서편제 관극도 있고...

여러모로 갑자기 두 번 보게 생겨서 고민했지만, 캐슷이 캐슷이라 달리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지하2층에도 캐스팅보드가 있긴 하던데 이거 ... ... 위치가 너무 애매한데.

꼭 이곳에 달아야만 했나...?

그냥 위에 올린 것처럼 1층 매표소 앞에 붙여놓은 게 훨씬 잘 보이고 예뻤다.

 

 

 

공연일이 프리뷰 일자라 포토카드도 받았다.

티켓봉투 안에 들어있었다.

 

첫 관극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자첫러답게 티켓 꺼내야징~ 했다가 포카 보고 ?? 상태 됐다. 개이득.

근데 왜 의신은 없었나요 의신이도 껴줘 ㅠ

암튼 자리는 I열 10번대...

정말 애매한 자리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괜찮았던 듯?

 

약간 우측이었지만 시야 가림 하나도 없었고, 소극장 답게 무대 전체 조명도 잘 되는 곳이었다.

배우님들 표정도 나름? 집중하면 잘 보였음. (본인은 시력이 나쁩니다.)

 

사실 처음에 지하1층 (객석 2층) 잘못 들어갔었는데 2층도 시야는 괜찮은 것 같았다.

약간 먼 느낌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내려다보는 느낌 괜찮음.

나중엔 2층 2등석 노려볼까...

 

 

 

 

그리고 공연 시작!

 

 

소극장극은 왜 다 인터미션이 없지요 ㅠ

그래도 TOM관보다는 의자가 편해서 잘 버텼다.

 

극 자체도 너무 재밌었다.

 

만약 인터미션이 있었다면, 그건 분명 '나를 마셔'를 기점으로 전후가 나뉠 거다.

 

동료가 그렇게 울부짖던 '나를 마셔'는 정말 갓곡이었다.

뭐랄까, 노래 자체도 좋긴 했는데 그것보단 그... 무드가... 오타쿠를 울린다. (진짜로)

나는 어느 작품을 파도 논컾러인 사람이라 주변에서 "개네 사귄다고~~"해도 그렇구나 ㅎㅎ 하곤 하는데,

(심지어 이건 쩜오디까지 가는 뮤지컬이잖아... 잘못하면 배우님들 엮게 된다.)

이건 진짜...

의신과 케이는 사랑을 한다.

뇌절이 아니고 진짜 한다.

중간엔 둘이 "나랑 같이 가자."하고 손을 잡고

마지막에는 둘이 "나랑 같이 가자."하고 끌어안고 행복하게 죽는데

이걸 아니라고 하기에는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부숴야 할 것 같아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나를마셔 넘버 때 피 나오는 부분에 가짜 피라도 써줬으면...

아니 안 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약간 욕심이 드는 거야...

뒷수습이고 나발이고 실제 피가 보고 싶어지는 그런 욕구가 들게 해요 사람이.

 

 

 

아무튼 '나를 마셔' 말고도 넘버들이 좋다.

OST CD 갖고 싶다.

한 번에 머릿속에 확 꽂히는 멜로디는 아닌데 그냥 듣고 있으면 좋다~... 하게 되는 계열이다.

노래 자체의 중독성보다는 극의 중독성이 더 강하지 않나...

말하자면, 극을 제대로 받쳐주는 노래란 소리다.

 

 

 

무대는...

뮤지컬 배니싱 트위터 사진

https://twitter.com/vanishing_neo/status/1564546101830905857?s=20&t=Nx29tVnk5H-AOKhY4RvQPg

 

위를 보면 알겠지만, 무대가 오밀조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소품들도 되게 많은데, 실제로 쓰이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이 정도면 저 배치는 소품팀의 광기다 ㅋㅋㅋ

 

소품 하면 또 할 말이 있는데,

장소의 변경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테이블과 침대의 위치가 몇 번이고 바뀐다.

고작 두 개체의 위치를 엇갈려주는 것만으로 장소가 변하는 느낌을 준 게 너무 세련된 연출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의 해골 ㅋㅋㅋㅋ

이건 당일의 커튼콜 사진인데, 해골 ㅋㅋㅋㅋㅋㅋㅋ

보면 알겠지만 앉은 자세가 이상하다 ㅋㅋㅋㅋㅋ

 

공연 중간에 의신이랑 케이랑 해골 주고 받다가 해골 목뼈가 뽕! 하고 빠졌는데

케이가 당황하고 의신이가 '으헝헝 ㅠ'하고 울면서 소중히 들어서 다시 꽂아줬다 ㅋㅋㅋ

문제는 방향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가 해골을 자기랑 마주보게 들고 있었는데, 뒷부분에서 의신이가 머리를 자기 쪽으로 보게 꽂았다.

한 마디로, 거꾸로 꽂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의자에 앉히려니 앉혀지냐고 ㅋㅋㅋㅋ

넘버가 한참 흘러간 뒤에야 저런 모양으로 중심잡기에 겨우 성공했다 ㅋㅋㅋ 아 웃겨

와중에도 노래는 착실히 잘 하는 유승현 배우님이 너무 귀여웠다.

정말 프로시네요 ㅋㅋㅋㅋㅋ

 

 

 

이런 거 외에도, 스토리가 심각해지는 '나를 마셔' 이전까지는 몇 번이고 콩트식 개그가 반복됐다.

 

명렬이 의신을 "형!(발랄)"하고 부르고, 의신이 햇살을 한가득 머금은... 때가...

그리고 케이가 계속 창문으로 드나들다가 어느날 갑자기 문으로 들어오고...

그걸 기다리면서 놀래켜주려고 장난 치던 의신이 자연스럽게 무마를 시도하고...

 

인물들의 일상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그럴듯하게 짜여서 객석이 몇 번이고 웃음바다가 됐다.

너무 즐거워.

 

다른 배우님들은 어떤 식으로 풀어내셨을지,

오늘 내가 본 극에는 얼마의 애드리브가 들어갔을지 너무 궁금했다.

다음주엔 그걸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다.

 

 

 

스토리는 계속 말했듯이 아주 잘 짜였다.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다 이해하기 쉽게 짜였다.

심지어 명렬이도... 후반에 급변하는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앞단에서 힌트를 다 줬어서 바로 이해가 가능했다.

인물을 진짜 잘 썼구나.

쓸데없는 부분이 없다.

 

다만 '나를 마셔' 이후부터 의신의 성격이 변화하면서 케이랑 비슷해졌는데,

도중엔 얼굴이 잘 안 보일 때부터 '저게 케이야... 의신이야...'하고 한참 고민했다.

맥락상으로 파악 가능했지만, 목소리 톤이 갑자기 낮아져서 헷갈렸음.

내가 안면 인식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어서 더 그런 듯.

 

 

 

연출은...

중간중간 서로를 못 보듯 엇갈려 걷다가 상대를 갑자기 쫓아간다거나,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갑자기 모호해진다거나 하는 등의 연출이 좀 헷갈렸다.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몽환적으로 만든 건가? 싶기도 했는데, 한 번 더 보면 이해가 될까 하는 중.

 

 

 

조명은 내 취향대로 확실하게 변하고, 쏴주고 해서 보기 편했는데...

햇빛은 무대에만 쏴주시면 안될까요 ㅋㅋㅋㅋ

관객석에서 유사 케이가 되어 어둠 속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후반부 무대에서 햇빛을 받아!! 하고 환하게 쏴주는데...

저 구마당합니다

구마당한다고요

어둠의 자식으로 있게 해줘.

의도하지 않았는데 배우님들에게 얼굴을 훤히 내보여드린 듯한 기분...

민망하네요.

 

 

 

배우님들 연기는 진짜 일품이었다.

 

노윤 케이 왜 그렇게 레전드인지 알 것 같았다.

노윤 배우님 그냥 케이 그 자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어두운데 상냥하고, 살벌한데 귀여운 게, 꼭 고슴도치 같다.

근데 그걸 너무 잘 살리는 얼굴과 목소리 톤...

갓벽하다.

 

유승현 배우님은 사실, 내 취향은 나를마셔 이전의 의신이라 ㅠㅠ 거기에 꽂혀버렸다.

햇살 가득하고 친절한 천재 의신... 너무너무 좋았다.

그 따뜻함과 자애로움에 나도 명렬 옆에서 형! 형!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박좌헌 배우님.

진짜 이분 뭐지? 싶게 매국노(...)(스포주의) 연기를 잘 하셨다.

나 본의 아니게 배우님 본체를 미워하게 될 뻔했다.

어떻게 그렇게 그 연기를 잘 하시죠?? 나를 아침드라마 보는 어무이처럼 만들어.

맨 처음 형! 형! 할 때는 '아 평생 데리고 살아;' 하게 하더니, 갑자기 우생학이요?? 하면서 뒤통수를 빡 갈기는데

아... 아직도 얼얼하네요.

 

 

역시 이 조합, 최고였던 것 같다.

전좌석 1초 매진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예대라도 잡아서 너무 다행이다. 행복했다.

 

다음주에 또 뵙겠습니다.

이번엔 친구들과 같이.

 

 

 

 

이건 커튼콜 영상.

 

 

 

 

 

연기 ★★★★★ 과몰입하게 만들어

노래 ★★★★☆ 좋은 노래. 극을 위한 노래.

연주 ★★★★☆ 나 AR인줄 알았는데 연주를 하신 거 같더라. 깔끔.

딕션 ★★★★★ 어려운 딕션 없었고 보이스도 클리어

음향 ★★★★☆ 괜찮아 괜찮아~ 다 잘 들렸어~ 섞이지 않았어~

조명 ★★★★☆ 인물 심경과 환경변화를 기깔나게 알려줌

무대 ★★★★★ 소품 비중 大. 장치가 없어서 안정적. 동선도 꼬일래야 꼬일 수 없을 듯. 신비함.

스토리 ★★★★☆ 탄탄하긴 하지만 굳이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싶기도 하고.

 

 

Comments